"영원히 모양을 바꾸면서 하늘에서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물 위를 떠도는 영혼의 노래>
지상의 물은 증발합니다. 강물이나 바닷물도 방 안에 두었던 물처럼 증발하고, 식물이 뿌리로 빨아들인 물도 잎을 통해 수증기가 되어 날아갑니다. 하다못해 작은 웅덩이 하나에서도 물 분자들이 쉼 없이 대기 중으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형태의 물은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비가 되어 호수에 떨어지고, 개천과 강을 따라 바다까지 여행한 후 햇빛을 받아 증발하고 구름이 되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니까요.
그러나 모든 물방울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기간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구름에서 직접 강으로 떨어져 당장 바다로 되돌아가는 빗방울은 단기 코스의 여행을 하는 셈입니다. 큰 강의 경우 원천에서부터 계산해도 약 2주 밖에 걸리지 않는 여행이니까 말입니다.
중간 정체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빗방울이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아 몇 년씩 머물러 있는 경우이지요.
지하수로 스며드는 경우 몇천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해류를 타고 대양의 심해저로 내려가는 경우는 평균 3천년 정도 쉬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최대의 인내심을 요하는 경우는 눈송이가 되어 극지방의 얼음 지역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얼음 덩어리의 바닥에서 수십만 년씩 기다려야 합니다.
어떻든, 지상의 물은 돌고 도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공룡이 마신 물은 공룡의 몸 속을 돌고 난 뒤 몸 밖으로 나왔지요. 이 물은 수증기로 증발하여 비가 되어 내렸습니다. 그 물을 사냥하다 목이 마른 원시인 누군가가 마시고, 또 우리 조상들이 마시고 ......... 결국 지금 우리가 그 물을 마시는 겁니다.
내가 오늘 낮에 마신 한 컵의 물에는 한 때, 클레오파트라가 몸을 씼었거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오줌이었던 물 분자가 몇개쯤 들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들결아빠의 빌려주는 가게>